패러다임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우리는 이미 위기 단계를 겪고 있는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이젠 익숙하다 못해 귀의 딱지가 될 정도로 수도 없이 들은 말이다.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예전부터 사용되어졌다. 하지만 그 전부터 ‘패러다임’이란 단어를 먼저 사용했다. 광고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온다!”라는 캐치프라이즈를 사용하고 있다. 광고에도 사용될 정도로 ‘패러다임’이란 단어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고,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패러다임이 이렇게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왜 광고에선 ‘시대’란 단어 대신에 패러다임이란 단어를 사용하는지”, “패러다임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패러다임(Paradigm)은 본래 외국어 문법 중 동사의 변화 패턴을 외울 때 사용되는 범례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토마스 쿤’이 처음으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새로운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쿤은 “전 과학 - 정상 과학 - 위기 - 과학혁명”의 단계를 밟아가며 과학이 발전한다고 주장하였다. ‘전 과학’ 단계에서는 다양한 이론이 발생한다. 패러다임이 없는 상태에서 과학자들은 그저 자연에 대한 사실을 관측하고, 자연에 대한 사실들을 마구잡이로 모으기 바쁘다. 과학자들은 관측된 사실들을 설명하고, 해석하며 자신만의 이론을 성립한다. 하지만 다양한 이론들은 사라지고 하나의 공통이론만 남게 된다. 공통된 이론이 확립되면 그 때부터 ‘정상과학’ 단계에 진입하며 패러다임이 형성된다. 이 시기에 실행되는 실험들은 이전 단계의 실험과 달리 퍼즐 풀이처럼 패러다임에 맞는 이론들을 검증하는 실험들만 진행된다. 벤자민 프랭클린 이전의 과학자들은 전기를 물처럼 흐르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전기의 인력과 척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1740년대 초반 프랭클린이 라이덴 병을 통해 전기의 반발 현상을 설명하였다. 전기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 중 프랭클린의 이론만 남아, 패러다임이 되었다. 패러다임을 통해 과학자들은 자연에 있는 전기를 관측하며 전기의 성질을 알아내려 하지 않았다. 대신 특수한 장치들을 개발하여 이미 알고 있는 전기의 성질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패러다임의 확립을 통해 더 이상 마구잡이로 실험하지 않았다. 패러다임에 근거하여 가치 있는 실험을 판별하며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패러다임은 더욱 단단해지고, 과학은 발전한다. 실험을 하다 패러다임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실험의 오류라 생각하며 단순한 실수라며 넘긴다. 실수가 누적될수록 단단하던 패러다임은 약해지고, 위기를 겪는다. ‘위기’ 단계에서는 정상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한다. 기존 패러다임으론 설명되지 않는 이론, 현상들로 인해 패러다임에 대한 불신들이 생겨난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장하고, 사람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그러다 기존 패러다임이 붕괴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확립되며 ‘과학혁명’이 발생한다.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과정은 단순히 주류 과학이론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다.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며 그에 맞는 새로운 실험들이 진행된다. 그 실험들의 결과를 토대로 기존보다 발전된 기술들이 사회에 등장한다. 중세시대의 기존 패러다임이었던 ‘천동설’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인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이단 취급을 받았다. 산업 혁명이 발생했을 때에도 기존 기술인 ‘수제 방적기’을 무너뜨리는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자동 방적기’가 등장하자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하며 위기가 발생하였다. 발전된 패러다임, 발전된 기술, 발전된 사회는 다양한 위기를 맞는다. ‘위기’ 단계가 아닌 말 그대로 위기를 겪게 된다.
인공지능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으론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였다.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다양한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으론 특이점이 다가오다며 “인공지능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는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평면설’같은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다. 누구보다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 발전 이전엔 단순직종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질 위혐을 가장 많이 받을 직종이라 평가되었다. 하지만 막상 발전되고 보니 음악, 그림, 코딩 같은 창작업이 가장 위혐을 많이 받고 있다. 최근 음악 공모전에선 AI가 작사/작곡한 음악이 1위를 달성하며 인공지능의 저작권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볍률을 논할 정도로 인공지능은 발전되었고, 우리의 삶에 다가왔다. 우리는 이미 ‘위기’ 단계를 겪고 있는 중이다. 인공지능이 목 끝에 겨눈 칼날은 더 이상 무디지 않다. 기존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선 이 단계를 잘 해처 나가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