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반의어
오사무에게 행복의 반댓말은 ‘인간 실격’이 아니였을까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 실격’의 첫 문장이다. ‘인간 실격’은 첫 문장뿐만 아니라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 마지막 장편 소설이자, 자전적 소설로도 유명하다. 책의 가장 유명한 문장은 첫 문장이지만, 모순적이게도 오사무가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다음 문장이라 생각한다. “저로서는 인간의 삶이란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문장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오사무는 어떤 생애를 보냈기에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소설까지 집필했으며, 어떤 부끄러움이 그를 인간으로조차 유지하지 못하게 했는가.
오바 요죠는 스스로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항상 자신에 대한 남들의 평판을 의식했다. 그는 인간이 아님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장난꾸러기’ 가면을 썼다. 하지만 그 가면은 싸구려 플라스틱 가면 같아서 본모습을 들키기도 하고, 항상 답답했다. 오바 오죠에게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욕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원하고, 좋은 반려자를 만나,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여기는 ‘식사’라는 행위조차 이상하다 여겼다. 그는 가족이 다같이 모이는 식사 시간을 두려워했다. 그가 여자를 만나는 이유는 성욕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여자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가 호리키와 하는 놀이의 대답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죠는 호리키와 ‘희극명사 비극명사 맞추기’와 ‘반의어 맞추기’란 놀이를 즐겨했다. 호리키는 ‘꽃’이란 단어를 제시했다. 요죠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가장 아름답지 않은 것을 대답했다. “여자”.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잘생긴 외모로 인해 항상 주위에 여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여자들을 만나지 않고 홍등가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매춘부 여성을 자신처럼 인간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미치광이나 백치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선 적당한 호의를 얻고 배풀 수 있었다. 적당한 호의에 요죠의 가면은 벗겨졌고, 그 댓가로 안심하고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편안함에 중독된 요죠의 밤은 언제나 붉은 색이었다. 요죠가 연애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의 곁에는 항상 애인이 있었다. 다만 결말이 좋지 않았을 뿐. 요조는 2번이나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빼앗겼다. 첫사랑을 빼앗긴 다음날 요죠는 그녀와 함께 가마쿠라 바다에 뛰어 들었다. 순박함에, 순수함에 반한 그의 아내 요시코가 다른 남자에 의해 짐승이 된 것을 발견한 요죠는 약에 중독되었다.
‘인간 실격’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소설 중 하나이다. ‘호’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을 잘 묘사했다.”라며 좋아한다. ‘불호’라 외치는 사람은 “책의 내용이 너무 역겹다.”라며 싫어한다. 이 책이 공상과학 소설이라면 싫어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각색된 부분이 있어도, 오사무의 실제 삶을 기반으로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여자와 함께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것, 마약 중독,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지만 프랑스 문학을 동경하여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것, 반제국주의 연맹에 가입하여 좌익 활동을 한 것, 내연녀와 함께 자살 한 것 까지. 이 모든 것들은 소설 속 내용이 아니라 실제 오사무의 삶이다. 나열된 내용들을 보면 정말 한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까지 부도덕적으로 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비참한 삶이다. 오사무는 일본 문학사에서 찾기 힘들정도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잘생긴 외모 또한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삶은 요죠와 같아서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약에 중독되어 두 차례 입원이나 했으나 중독증상은 더 심해졌다. 그래서 그의 동료들은 결핵을 치료한다는 이유로 그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한달 후에 병원에서 나온 그는 “나를 인간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책 속에서도 요죠는 가족과 연인에게 속아 정신병원에 입원당한다. 오사무는 배신당하며 “인간을 실격했다” 말한다. 오사무에게 행복의 반댓말은 ‘인간 실격이’ 아니였을까. 자신의 비참한 삶을 도무지 견디다 못해 행복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인간조차 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그에겐 ‘사랑’이란 단어는 비극명사가 아니였을까. 행복의 반의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또 ‘사랑’은 ‘비극명사’인가 아님 ‘희극명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