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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으면 솔직해진다

사람들은 감각을 빼앗긴 채 자신의 욕망만을 온전히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사람의 오감 중 사람이 가장 의지하는 감각은 시각이다. 보이지 않으면 사람은 정확한 정보를 알아 낼 수 없다. 이 속성을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이 ‘밤’이다. 현대에 들어서야 전등에 의해 낮과 밤이 없어졌다. 하지만 옛날엔 햇빛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춰뒀던 자신의 욕망을 남들이 쉽게 볼 수 없는 밤에 분출했다.

어쩌면 종교가 지배했던 시대이니 신실한 태양을 피해 욕망을 들어낸 것 일지도 모른다.

낮보다 밤이 더 밝은 지금에 와서도 이 개념은 유지되고 있다. 밝은 곳에서 쾌락을 탐하는 것은 금지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 교리에 순응하지 않고 교리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클럽에선 백상광이란 찾아볼 수 없다. 뇌를 파고드는 현란한 불빛만이 존재할 뿐이다. 사람들은 지하까지 따라온 고민들, 파고든 불빛, 귀를 막고 흔드는 노래를 한대 엮어서 몸을 흔들며 풀어낸다. 땀과 술이 섞여서 나는 야릇한 냄새, 달큰한 술이 쏟아져 끈적이는 바닥, 고막을 때리는 싸구려 음악까지 모든 요소들이 사람들의 감각을 교란하고 있다. 사람들은 감각을 빼앗긴 채 자신의 욕망만을 온전히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외국에선 소개팅을 ‘blind dating’이라 한다. 나오는 상대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 눈을 가리고 하는 소개팅 또한 존재한다.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면 남여 두 주인공이 두 눈을 가린채 손만 잡고 대화를 이어간다. 손의 촉감으로만 상대를 느낄 수 있기에 더욱 대화에 집중하게 된다.